2010.11.12 01:59
11월 11일. 
흔히들 빼빼로 데이로 하루를 즐기고, 쌀 소비량을 늘리려는 곳에서는 가래떡 데이라고도 하고
오늘 뉴스를 잠깐 보니 립스틱 데이라고도 한단다. 
이런 무슨 무슨 데이마다 뉴스에는 꼭 이런 날들을 상술이라고 비판하는 기사가 뜨지만 내 생각엔 성공한 마케팅 사례고
거기 휘둘리는 사람들이 웃기는거지. 사실 나도 뭔가 받거나 선물하고 싶을 뿐. 딱히 나까지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리고 역사적인 G20개최일이기도 하다. 
G20의 의미 이런걸 떠나서라도 최근 좋았던 점은 경찰이 구석구석에 배치되어있다는 점이다. 
의경에 있는 사람들은 귀찮을거고 현직경찰관들도 조금 피곤하긴 하겠으나 이런일 하려고 있는 분들이니만큼 큰 불만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경찰이 많은 것에 대해 또 이들이 통제하는 것에 대해 삼성역 주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불편할 수도 있고 남산을 넘어다니는
사람들도 불편하겠지만 나로선 좀 안심이 된다.
독서실에서 집으로 오는 길 중에 짧지만 어두운 지역이 있는데 이곳에 경찰버스가 두 대 서있고 현직 경찰관들도 몇 명 배치되어
왠지 지나다니는데 마음이 편했다. 
물론 날 위해서 한 건 아닐테지만. 더군다나 가족 중에 젊은 여자가 있는 만큼 더더욱 안심이 되고.
그리고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지만 G20은 분명 국가적으로 중요한 행사이고 국격도 솔직히 높아졌다고 본다. 뭐 이에 대해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지만. 국격이 높아졌다고 해서 선진국이 된 것은 아니다. 다만 전에 비해 위상이
엄청 높아진 것은 사실이니 그것도 국격이라고 할 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빼빼로데이고 G20이고 떠나서 11월 11일은 나에게는 굉장히 슬픈 날이다. 
2008년 11월 11일, 아직 군바리 티를 완전히 못벗은 복학생이 4호선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삐질삐질 
울어댔을만큼, 현재까지 경험한 일 중 가장 슬펐던 경험.
임종이 가까워진 할머니 소식을 듣고 급하게 학교를 나서 병원으로 향하는 지하철에서 임종소식을 들었고 난 그 때 처음으로
참을 수 없는 울음이 있다는 걸 알았다.
결국 지하철에서 내려 플랫폼에서 펑펑 울고서 장례를 치루는 병원으로 향했던 기억이 있다.
뭐,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그 역이 과천경마공원역이었던가 해서 평일이라서인지 사람이 없었고 실컷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병원에선 동생과 만나서 울고 사촌누이들을 보고 또 울음을 터뜨리고, 할머니 시신과 함께 온 엄마와 이모들을 보고 또 울고, 양복을 갈아입고 와서 일하다가 친척들 보고 울고, 영정 앞에서 혼자 울고 잠깐 자고 일어나서 또 울고, 염 한 모습을 보고 울고,
연도하다가 울고, 운구하면서 울고, 화장장에 도착해서 가마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울고, 마지막에 분골함을 들고 걸으면서 
울고, 마지막에 안치시키면서 울고. 11일부터 13일까진 울었던 기억뿐이다. 
그리고부터 한동안은 뭘 하든 생각나고 눈물나고 성당가면 눈물나고 그런 생활이 지속되었다. 
물론 기일은 음력으로 세니까 사실 오늘이 할머니를 좀 더 기억해야 할 그런 날은 아니지만, 주변에서 빼빼로 데이라고 들뜨고 G20이라고 들떠 있는데 그럴수록 왠지 더 생각나고, 낙엽은 떨어지고, 심약한 손자는 또 왠지 눈물나고 그렇다. 
2008년 11월 11일이 내 인생에 각인되어 있는 한 앞으로 돌아올 빼빼로데이라는게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앞으로는 눈물은 좀 더 적어지고 즐거움이 넓어지길 희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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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opcpla PeachPrince